막걸리 어디까지 마셔봤니…전문가·소비자가 함께 뽑은 1위는 ‘이것’[쿠킹]

2023-10-31

막걸리 어디까지 마셔봤니…전문가·소비자가 함께 뽑은 1위는 ‘이것’[쿠킹]



“묵직한 바디감에 단맛과 은은한 쓴맛의 여운.”
“탄산감과 감미로운 과일 향의 어울림.”

와인이 아니라 막걸리 이야기다. 지난 8월 26일, 술을 기반으로 하는 복합 문화 공간 플래그테일에서 제1회 ‘막걸리컨슈머리포트’가 열렸다. 맛의 고급화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숨어 있는 막걸리를 발굴해 널리 알리자는 취지다.시음 평가는 막걸리의 해외 성공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글로벌 평가 기준에 준하는 국제와인평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넓은 의미로 보면 막걸리 역시 와인에 속한다.

막걸리컨슈머리포트를 기획한 와인소풍 이철형 대표는 “맛으로만 따지면, 와인과 막걸리는 큰 차이가 있다고 느끼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곡류와 과일을 발효한 알코올음료가 모두 와인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포도 이외의 재료를 넣었을 때는 와인 이름 앞에 원재료명을 붙여준다. 즉, 막걸리는 ‘코리안 트래디셔널 라이스 와인(Korean Traditional Rice Wine)’이다.

평가단은 전문가 12명과 소비자 52명으로 구성됐다. 전문가는 막걸리 큐레이터 7명과 와인 전문가 5명이다. 소비자 52명 중에 유효 데이터를 남긴 건 49명인데, 남성 19명과 여성 30명, 내국인 45명과 외국인 4명이다. 연령대로 구분하면 20대 12명, 30대 22명, 40대 10명, 50대 5명이다. 평가는 와인을 평가할 때 보는 시각・맛・향・균형・조화의 기준을 적용했고 와인의 타닌감은 막걸리 특유의 입이 조여오는 듯한 텁텁함으로 대체했다.


출품작은 최대한 첨가물을 쓰지 않는 프리미엄 막걸리를 기준으로 했다. 전국 약 2000여 개 양조장 중에서도 7개 양조장의 18종이 그 대상이다. 탁주 16종과 약주 2종, 스파클링 4종과 약발포성이거나 발포성이 거의 없는 14종이다. 파우더 막걸리도 3종 포함됐다. 유통기한이 짧은 생막걸리의 한계를 극복한 제품으로 파우더에 물을 붓고 24시간 이상이 지나면 막걸리가 된다. 발효시간에 따라 맛과 알코올도수가 달라지는 점을 고려해 24시간과 48시간, 72시간 발효한 3종이 출품했다.

결과는 출품한 18종 막걸리가 모두 입상했다. 전문가 그룹은 그랑골드 1개, 골드 12개, 실버 4개, 브론즈 1개가 나왔다. 13개 제품에 골드 점수를 준 셈이다. 이와 달리 소비자들은 골드 7개, 실버 7개, 브론즈 4개라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와 소비자를 합친 통합순위는 골드 9종, 실버 7종, 브론즈 2종이다.


이번 행사에서 유일하게 그랑 골드메달을 받은 제품은 농업회사법인 ‘하얀술’의 ‘하얀술 쉑쉑 파우더 막걸리 24시간’이다. 막걸리 큐레이터들은 96점을, 소믈리에들은 93점을 줘 전문가 그룹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조윤주 식품명인체험홍보관 관장이자 막걸리 큐레이터는 “사과의 농익은 향이 난다”면서 “산미와 과실 뉘앙스가 좋아 바디감이 있지만 부드럽다”고 평가했다.

통합 1위를 한 제품은 춘풍양조장의 ‘춘풍미주’다. 출품작 중에 가장 가격대가 높은 막걸리(5만5천 원)로 전문가 91점, 소비자 92점, 통합 92점을 받았다. 와인 전문가인 엄경자 세종사이버대 교수는 “바닐라와 감귤 향이 나면서 깔끔한 산도와 당도가 균형을 이루고 오미자처럼 다섯 가지 맛이 난다”고 평했다. 비슷한 평가로 100점을 준 소비자 평가단도 있었다.

통합 2위와 3위는 동강주조가 휩쓸었다. ‘얼떨결에 퍼플’(전문가 93점, 소비자 90점)과 ‘얼떨결에’(전문가 90점, 소비자 91점)가 각 91점을 받았다. 또 ‘얼떨결에 옐로’(전문가 91점, 소비자 89점)까지 통합 90점을 받아 동강주조 3개 제품이 모두 통합순위에서 골드를 수상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얼떨결에 퍼플’을 맛본 안혜성 와인 전문가는 “산딸기 같은 붉은 베리 향이 입안에서 맴돌고 감미가 적당해 과하지 않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또 2명의 소비자 평가단은 구매의향을 묻는 질문에 100점 만점을 줬다.


통합 4위는 90점을 받은 배금도가의 ‘김천포도약주’, 선산의 ‘선산스위트’, 도반주조의 ‘3rd makgeolli(써드막걸리)’, 과천도가의 ‘경기백주’ 그리고 앞서 언급한 ‘얼떨결에 옐로’와 ‘하얀술 쉑쉑막걸리 파우더 24시간’이다. 그중 ‘3rd makgeolli(써드막걸리)’는 산미가 상대적으로 강해 신선하며, 쓴맛과 타닌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평이 많았다.

전문가 그룹 2위는 배금도가의 ‘김천포도약주’와 ‘김천배금도가’, 그리고 선산의 ‘선산스위트’, 동강주조의 ‘얼떨결에 퍼플’이다. 상대적으로 맑은 막걸리인 ‘김천포도약주’는 과일 향에 산미와 감미로움이 겹쳐져 좋다는 평이 많았고, ‘김천배금도가’는 사과, 파인애플 같은 과일 향이 많이 나 달콤하고 산미에 고소한 맛까지 난다는 평이 있었다.

소비자가 뽑은 1위는 ‘춘풍미주’이다. 2위는 ‘얼떨결에’와 ‘얼떨결에 퍼플’, 3위는 ‘경기백주’, ‘3rd makgeolli(써드막걸리)’, ‘선산스위트’, ‘김천포도약주’다. 4명뿐이지만 외국인의 평가도 흥미로웠다. 외국인이 골드를 준 4종은 ‘선산스위트’, ‘춘풍막걸리’, ‘얼떨결에 퍼플’과 ‘얼떨결에 옐로’다. 주로 향이 좋은 달콤한 막걸리와 스파클링 막걸리들이다.

와인소풍 이철형 대표는 “전문가는 물론이고 소비자에게도 막걸리와 과실주의 블렌딩이 좋은 평가를 얻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막걸리 종류는 한층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 결과 막걸리가 낯선 외국인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정옥·이세라 기자 ok76@joongang.co.kr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4220#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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